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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숙면을 취하게 되면 체내 장기들이 활동하면서 축적된 피로를 해소하고 뇌 속의 노폐물을 제거해 면역력을 높이고 각종 바이러스와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하면 피로감, 무기력증, 주의력 장애, 두통, 식욕저하, 불안감 및 스트레스 증가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수면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고혈압이나 치매, 비만 등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세포 생리학자이자 센 안토니오 텍사스 의대 교수인 러셀 레이터 박사는 "잠을 잘 자기 때문에 건강한 것이 아니라, 잠을 잘 자면 멜라토닌 분비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잠을 자는 자체가 아닌 숙면을 하는 동안 분비되는 멜라토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 이란?
해가 지면 망막을 통해 뇌로 신호가 전달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서 '멜라토닌'이라는 수면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저녁 9시부터 분비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새벽 2~3시 사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며, 잠자는 동안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11~12시 사이 취침하여 새벽 2~3시 사이에 충분한 숙면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멜라토닌은 1차로 뇌척수액을 통해 뇌로 전달된 이후 2차로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체내 모든 장기와 세포의 벽을 통과하며 500개의 유전자를 제어하고 심장, 혈관, 간, 폐, 피부 등 여러 기관을 회복 및 개선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멜라토닌의 효능
- 노화 방지에 강력한 항산화 효과 : 우리 몸은 대사활동을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체내 모든 세포에는 에너지 생산을 위한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이 있습니다. 마치 발전소와도 같은 피토콘드리아는 포도당과 산소를 연로로 사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인 폐기물도 함께 생산됩니다. 활성산소는 쌍을 이루지 못한 불안정한 상태로 안정적인 구조가 되기 위해 다른 물질을 공격하거나 붙어서 결합하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을 파괴하고, DNA를 산화시켜 노화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래서 활성산소를 만병의 근원이자 노화를 촉진시키는 주범으로 불립니다.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손느 황산화제를 통해 제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비타민 C, 비타민 E, 글루타티온 등의 성분의 항산화제는 1 분자가 활성산소 1 분자만 제거할 수 있는 반면, 멜라토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한 뒤에도 항산화력을 잃지 않고 생성된 대사산물 또한 강력한 항산화력을 가지고 있으며, 효소들의 활성을 높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멜라토닌 1 분자는 2차, 3차에 걸쳐 최대 10개의 산화물을 제거할 수 있고, 비타민 E의 10배, 비타민 C의 13배에 이르는 강력한 항산화력을 발휘합니다.
- 피부 노화의 주범인 자외선 차단 효과 : 멜라토닌은 피부 노화의 주점인 자외선 차단에도 효과적입니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활성산소가 생성되면 멜라토닌이 이 활성산소와 반응해 1차로 제거한 후 더욱 강력한 항산화력을 가진 대사산물로 변환되어 남은 활성산소와 염증을 제거하고 DNA를 복구해 피부 노화를 억제합니다. 5일 동안 매일 각각 6시간과 8시간씩 잠을 잔 후 얼굴의 변화를 관찰했던 실험에서 6시간 수면으로 멜라토닌이 부족해지자 눈 밑 지방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모공이 커졌으며 턱에 뾰루지가 생기는 등 전반적으로 늙어 보이게 변했습니다. 반면 적정 수면시간인 8시간을 숙면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했던 이들은 얼굴에 생기가 넘치고 피부 톤이 밝아졌으며 모공도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수면 개선 효과 : 멜라토닌은 낮 시간엔 빛에 의해 분비가 억제되지만, 저녁이 되면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기 시작해 인체의 수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사람은 시계를 보고 저녁이 되었음을 알지만 우리 몸은 멜라토닌을 통해 저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저녁에 각종 조명, TV, 핸드폰 등의 인공 빛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은 멜라토닌 분비가 늦어지고 생성되는 총량도 적어서 깊은 잠을 못 자며 총 수면량도 크게 부족하게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들기 전 인공조명에 노출 시 멜라토닌 분비가 7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뇌 건강 및 치매 예방 효과 : 뇌의 무게는 체중의 2% 밖에 되지 않지만 산소 사용량은 전체의 20%로 그만큼 노폐물도 많이 생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뇌는 멜라토닌으로 이루어진 뇌척수액으로 셀프 클렌징하는 글림프 시스템을 작동시키는데 뇌척수액이 혈관을 길잡이 삼아 뇌 속으로 침투한 뒤 멜라토닌으로 뇌 속 곳곳을 청소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글림프 시스템은 멜라토닌으로 작용하는 만큼, 오로지 밤에 잠을 자는 동안에만 일어나게 됩니다.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하게 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뇌 속 단백질 찌꺼기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계속 쌓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신경 전달물질의 이동을 막고 독성이 강해 신경 세포를 파괴하고 인지기능 장애 및 치매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평소보다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땐 단순히 나이 때문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뇌에 노폐물이 한도 이상으로 쌓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또한 글림프 시스템을 통해 베타아미로이드의 배출을 돕는 멜라토닌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불면증을 앓고 있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6개월간 멜라토닌을 섭취시킨 결과 대조군의 비해 인지기능 평가, 알츠하이머 평가 척도, 수면 효율 등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확인된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 항암 효과 : 돌연변이 세포인 암세포는 활성산소, 염증, 환경 호르몬, 중금속, 방사선,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게 증식하는 세포를 뜻합니다. 정상인들도 이러한 암세포가 매일 5천 개씩 만들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단위의 암덩어리가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우리 몸은 수면 중 종양 억제 기능을 하는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 면역세포 등의 항암 시스템을 가동해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수면이 부족하게 되거나 신체가 노화되어 멜라토닌이 부족하게 되면 체내 항암 시스템이 저하되고 암세포 생산이 늘어나 암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멜라토닌이 충분히 생성되기 어려운 교대 근무 직업군(간호사, 스튜어디스)의 경우 유방암 발병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멜라토닌 보충법
항노화에 효과적인 멜라토닌은 잠을 자는 동안만 분비되기 때문에 적정 수면 시간인 8시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노화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중장년층이나 수면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교대 근무자 등은 멜라토닌 보조제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작용 위험이 높은 합성 멜라토닌은 건강식품으로 유통이 금지되어 있으나 최근 식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멜라토닌이 건강식품으로 허가를 받으면서 일반 식품 형태보다 쉽게 섭취가 가능해졌습니다.